14.2. 그래도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성경의 정경화를 알아봅니다.
‘정경(Canon)’이란 말은, ‘갈대(reed)’나 ‘막대기(rod)’를 뜻하는 히브리어 ‘카네’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 말이 헬라어 ‘카논’으로 번역되었고, 영어로는 ‘캐논(Canon)’으로 표기되었습니다. ‘카네’란, 습지(물가)에서 자라는 갈대 식물로서, 그 줄기가 곧고 길기 때문에 고대 세계에서는 측량 ‘자(尺)’로 사용되었습니다. ‘카네’는 짧고 긴 것, 굽고 곧은 것을 구별하는 잣대가 되었고, 점차 어떤 사물을 측정하는 ‘표준(標準)’이나 ‘척도(尺度)’, 그중에서도 특히 진정성(authenticity)이나 허위성(spuriousness)을 판가름하는 ‘기준’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카네’가 성경에 적용되어 쓰일 때에는 그 의미가 ‘엄밀한 기준에 의하여 그 권위와 영감성을 교회가 공식 인정한 책들’ 또는 ‘기독교인의 신앙과 행위의 척도가 되는 책들’이란 뜻으로 구체화되었지요. 한편, ‘캐논’이란 말은 A.D. 350년경 알렉산드리아 감독 아타나시우스(Athanasius)에 의해 처음 성경에 적용된 이래, 제59차 라오디게아 종교회의(A.D. 373년)에서 정식으로 채택된 용어로서 A.D. 4세기경 기독교인들이 성경, 곧 정경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사용한 말입니다.
구약성경이 정경으로 인정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① 영감성의 문제 - 하나님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계시돤 말씀임을 저자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가?
② 내용상의 문제 - 하나님의 거룩한 뜻과 인간 구원의 진리를 담고 있는가?
③ 보존성의 문제 -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었는가? 그리고
④ 인증성의 문제 - 신약시대 그리스도와 사도들에 의해 인증되고 인용되었는가?
신약성경이 정경으로 인정되는 데 적용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도성의 문제 - 저자가 사도 혹은 사도적 수준에 있는 사람인가? 이 기준에 의해 마가복음, 누가복음, 사도행전, 히브리서 등이 정경으로 인정되었습니다.
② 영감성의 문제 -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기록되었으며 그 내용이 영적인 성격을 지녔는가? 이 기준에 의해 외경이나 위경이 정경에서 제외되었습니다.
③ 보편성의 문제 - 교회나 교부들에 의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되고 있는가? 이 기준에 의해 수많은 위작(僞作)들이 제외되었습니다.
Complete set of scrolls, constituting the entire Tanakh(Torah, Nebiim, Ketubim).
정경의 형성화과정에서 구약 39권의 편집은 B.C. 5-4세기경 에스라 시대에 학사인 에스라와 대공회원들에 의해 완료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정경으로 인정된 시기는 먼저 B.C. 400년경에 오경(율법서, Torah)이, 이어서 B.C. 300-200년경에 예언서(Nebiim)가, B.C. 160-105년에 성문서(Ketubim)가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정경화 작업이 완료된 것은, A.D. 90년 자카이(Johanan ben Zakkai)의 주도하에 소집된 얌니아(Jamnia) 종교회의에서 정경으로 확정됩니다. 물론 A.D. 3세기까지 구약 정경화 문제는 끊임없는 시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결국 얌니아 회의의 결정이 존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기록 시기는 A.D. 1세기경 거의 비슷한 때에 이뤄졌었습니다. 이단들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정경화의 필요성이 시급했지만, 27권의 성경이 모두 정경으로 공식화되기까지는 무려 3세기의 세월이 소요되었습니다. 복음서들과 대부분의 바울 서신들은 쉽게 정경으로 인정되었으나, 몇몇 책들은 지역과 공의회에 따라 인정되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소위 ‘논쟁의 책’(antilegomena)으로 취급되는 7의서(七疑書), 곧 히브리서, 야고보서, 베드로후서, 요한2·3서, 유다서(우리가 지금 읽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등을 제외하고는 2세기 말까지 신약의 다른 모든 책들이 정경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후 나머지 책들도 세 차례에 걸친(393, 395, 426년) 히포 종교회의와 397년의 카르타고 종교회의를 거쳐 27권의 신약성경이 공식화되었고, 16세기 종교개혁을 거치면서도 오늘날까지 그대로 정경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John Wycliffe at work in his study
내친 김에 성경의 장과 절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은 장(章, chapter)과 절(節, verse)로 구분되어 있지요. 하지만 성경이 처음부터 장과 절로 구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과 헬라어로 된 신약성경은 원래 장과 절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장(章) 구분을 한 최초의 인물은 영국 캔터베리(Canterbury) 대주교인 스티븐 랭튼(Stephen Langton, 1150-1228년)이라고 하는군요. 이것을 영어성경에 최초로 적용시킨 사람은 영국의 종교개혁자 위클리프(Wycliffe)로서 ‘위클리프 영어성경’(John Wycliffe’s Version, 1382년)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편 절(節)을 최초로 구분한 인물은 프랑스 궁정인쇄사 스테파누스(Robert Stephanus)로, 그는 1551년 헬라어 신약성경에 처음으로 절을 구분하고 그것을 인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적용시킨 최초의 영어 신약성경은 ‘제네바 성경’(Geneva Bible, 1500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과 절을 구분하는 것은 성경본문을 인용하기에는 아주 편리하였지만 때론 인위적으로 끊거나, 문법 체제에 맞지 않게 잘못 끊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폐단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절 구분을 하지 않고 이전의 절 구분을 난외주로 처리한 성경이 나왔는데 곧 NEB(New English Bible, 1961-1970년)가 그것이라고 합니다. 이 번역본은 저에게 없습니다. 한글성경의 장과 절 구분은 전통적으로 영어성경의 장과 절 구분법을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라이프성경사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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